1️⃣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는 한강이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꾸준히 읽었던 작가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로 자주 소개했던 러시아 문호죠. 한강은 "감성이라든지 사람의 내면을 뚫고 들어가려는 의지 같은 것을 보며 충격도 받고 영향도 받았다"고 했어요. 특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 "이렇게 철저하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파고들어서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으면서 소설을 써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고 소개했어요.
2️⃣아버지의 땅(임철우)
한국 작가인 임철우의 단편집 '아버지의 땅'은 한국전쟁 전후의 학살과 1980년 5월 광주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인간의 불안과 슬픔, 분노 등의 심리를 깊이 파고든 작품으로, 한강은 이 소설집을 중3 때 읽었다면서 "완벽주의에 가까운 문장들에 놀랐다"고 했어요. 특히 단편 '사평역'에 대해선 "분위기만으로 소설을 끝까지 밀고 가는 독특함이 좋았다. 언젠가 이렇게 독특한 방식을 가진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불러일으켜 줬던 소설"이라고 극찬했어요.
'아버지의 땅'은 소설가 임철우가 1984년 펴낸 그의 첫 소설집으로, 작가는 후에 1980년 5월 광주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전 과정을 다섯 권짜리 장편 '봄날'을 씁니다. '봄날'의 단초가 담긴 '아버지의 땅'은 5월 광주를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도 맥락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3️⃣이별 없는 세대(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는 나치즘과 2차 대전의 실상을 겪고 1947년 스물여섯에 요절한 독일 작가 보르헤르트의 유작으로. 한강은 이 단편집이 "뭔가를 이루어보겠다는 마음 없이 마치 혼자서 성냥불을 켜보고 그게 꺼지는 걸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런 짧고도 내밀한 그러면서 아주 따뜻하고 진실한 기록들"이라고 했어요.
4️⃣사자왕 형제의 모험(린드그렌)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가 공개한 한강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자왕 형제의 모험'도 빼놓을 수 없어요.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의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작품으로 연약한 소년 칼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악에 맞서는 사자왕 요나탄 두 형제가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감행하는 모험을 그린 판타지 동화예요.
한강은 2017년 노르웨이의 문학 행사에 참석해 열두 살에 읽은 이 동화를 통해 '세상은 왜 그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폭력적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했다면서 이 책이 자기 내면에서 1980년 광주와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어요.
5️⃣이 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교 2학년 세 친구의 비밀을 통해 우정, 거짓말, 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성장소설이고, '빛과 멜로디'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원작 '로기완을 만났다'를 쓴 조해진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소재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윤리적 질문들을 섬세하고도 묵직한 시선으로 써낸 장편이에요. 모두 한강의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애정과, 평화, 성장, 관계, 사라져가는 것과 연약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이 엿보이는 책들입니다.
당신의 책장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 있나요? 그 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책으로 나를 알아보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