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계획 실패하는 이유 | 심리학자가 새해 목표 세우는 법 3가지
2025년 계획, 잘 지키셨나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새해 계획을 3개월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8%에 불과합니다. 92%는 실패하죠. 회사 일에 치여, 가족 일에 치여, 늘어나는 건 책임감뿐. 정작 내가 하려던 일은 자꾸만 후순위가 됩니다.
"올해는 진짜 운동하려고 했는데..."
"책 한 달에 한 권은 읽으려고 했는데..."
"저녁 시간은 좀 지키려고 했는데..."
문제는 실패 원인을 '의지 부족'으로 돌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년 연말이면 "내년에는 더 열심히!"를 외치며 똑같은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는 다른 결론을 내립니다. 변화의 실패 원인은 의지가 아니라 설계의 오류입니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여러 변화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잡한 회고 대신, 이 3가지만 실행해보세요.
1️⃣ 올해 전체를 돌아보지 말고, 장면 3개만 골라라
🧠 심리학 개념: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를 보면, 사람들은 경험 전체를 평균 내서 기억하지 않습니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마지막 순간, 이 두 가지로 전체를 평가합니다.
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A: 60초 동안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기
B: 60초 동안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 30초 더 약간 덜 차가운 물에 담그기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A가 덜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B를 선택했어요. 왜냐하면 마지막이 조금이라도 나았으니까요.
이게 우리 뇌의 작동 방식입니다. 뇌는 시간 순서대로 기억하지 않고, 의미 있는 장면으로 기억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1월부터 12월까지 완벽하게 돌아보려는 시도는 애초에 뇌의 작동 방식에 안 맞는 거예요.
✅ 실행 방법
올해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장면 3가지를 떠올려보세요.
예를 들면:
팀장님께 처음으로 "이건 제 업무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던 날
3개월 끌던 프로젝트를 마침내 마감했을 때의 후련함
"이제 못 버티겠다" 싶어서 반차를 냈던 목요일 오후
각 장면에 한 문장만 붙이면 됩니다.
"그때 나는 경계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그때 나는 끝까지 해내는 내 모습을 봤다"
"그때 나는 쉬는 것도 용기라는 걸 알았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구체적인 장면에 의미를 붙이는 과정이 실제로 장기 기억을 강화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뇌는 "올해 정리 끝"이라고 인식해요.
2️⃣ 내려놓을 기준 1개를 명확히 정하라
🧠 심리학 개념: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
스탠퍼드 행동과학자 BJ 포그(BJ Fogg)의 연구를 보면, 사람이 행동을 실제로 하려면 세 가지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동기, 능력, 그리고 계기(트리거). 여기서 중요한 건, 동기가 아무리 높아도 능력이 안 되면 행동이 안 일어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규칙을 만듭니다:
"팀에서 제일 먼저 출근해야 해" (실제로 아무도 신경 안 씀)
"메일은 30분 안에 답해야 돼" (실제로는 하루 안에만 답해도 됨)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돼" (실제로는 누가 뭘 하는지도 잘 모름)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의 연구에서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의지력은 스마트폰 배터리 같아서 쓸수록 닳는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침에 "오늘은 점심 샐러드 먹어야지"를 지키고, "오후 3시에 커피 참아야지"를 지키고, "퇴근 후 운동 가야지"를 지키려다 보면... 저녁쯤엔 배터리가 10%쯤 남아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걸 할 에너지가 안 남는 거죠.
✅ 실행 방법
올해 나를 가장 피곤하게 만든 '해야 한다' 1개를 찾아보세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기준은 누가 정했지?"
"이걸 안 지키면 실제로 뭐가 문제야?"
"이 기준이 지난 1년간 나한테 실제로 도움이 됐어?"
대부분은 명확한 답이 없을 겁니다. 그럼 그건 내려놓아도 되는 기준이에요.
한 가지만 내려놔도, 새해에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여유가 생깁니다.
3️⃣ 새해 계획은 1개만, 대신 매일 할 수 있는 것으로
🧠 심리학 개념: 복합 이자 효과(Compound Effect)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이런 계산이 나옵니다. 매일 1%씩만 나아지면 1년 후엔 37배가 됩니다. 반대로 매일 1%씩 나빠지면 1년 후엔 거의 0이 되고요.
문제는 우리가 한 번에 너무 많이 바꾸려 한다는 겁니다:
운동 주 3회
책 한 달에 2권
영어 공부 매일 30분
아침 6시 기상
명상 10분...
런던대학교 연구팀이 발견한 건데요, 새로운 습관이 몸에 붙으려면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10개를 동시에 시작하면? 모두 실패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지죠.
✅ 실행 방법
다음 중 딱 1개만 고르세요. 이게 당신의 2026년 Great Lock-in입니다.
🕰 생활 리듬 하나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예: 평일 6시 30분, ±15분 오차는 OK)
주 1회 나만의 시간 무조건 지키기 (예: 목요일 저녁 7-9시는 내 시간)
🧠 사고 방식 하나
"완벽보다 지속" (90점짜리를 10번 하는 게, 100점짜리를 1번 하는 것보다 낫다)
"비교 말고 기록" (옆 사람 진도 보지 말고, 지난주 내 모습과 비교하기)
❤️ 나한테 하는 말투 하나
실수했을 때 말 바꾸기 ("아 나 진짜 못했어" → "아직 못했네, 다음엔 하지 뭐")
매일 자기 전에 오늘 잘한 거 1개 떠올리기 (아주 작은 것도 괜찮음)
기준은 하나뿐입니다: '이거 내일도 할 수 있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테레사 애머빌(Teresa Amabile) 교수가 수년간 직장인들을 연구했는데요, 사람들이 가장 동기부여 되는 순간은 "오늘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을 때라고 합니다. 거창한 목표 10개보다, 작지만 매일 하는 1개가 훨씬 강력합니다.
2025년을 살아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죠. 계획대로 안 된 것도 많았고, 포기한 것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까지 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한 해였습니다.
2026년도 아마 비슷할 겁니다. 완벽하진 않을 거예요. 예상대로 안 되는 일도 생기겠죠. 하지만 조금 덜 힘들게, 조금 더 나답게 살 수는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작은 것들이, 당신의 2026년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조금 더 가볍게 가시길 바랍니다.